부산행은 스피디한 좀비 액션물
영화 도입부에 서울역에서 ktx가 출발하고 있었다. 아직 굉장히 평온한 상태이다. 열차 창문 밖으로 갑자기 빠른 물체가 지나갔다. 승객들은 아직 눈치를 채지 못했다. 물론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도 잘 몰랐다. 너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일이었다. 그렇다 좀비가 습격한 것이다. 이처럼 장면의 빠른 전환은 앞으로 있을 좀비들의 빠른 움직임과 스피디한 장면 전환을 예상하게 한다.
ktx가 대전역에 도착했다. 기장의 안내에 의하면 대전역에는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고 하였다. 승객들은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고 하니 안심하고 기차에서 내린 것 같다. 그런데 너무 조용하다.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가운데 군인들의 이상행동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군인들이 달리고 있다. 모두 좀비에게 감염된 것이다. 서울역에서 느꼈듯이 이번 부산행 영화의 좀비들은 빠르다.
동대구역에서는 넘어진 기차 유리가 깨지며 좀비들이 쏟아져 나왔다. 석우는 성경과 함께 수안을 데리고 움직이는 기차를 향해 달렸다. 기울어진 기차에서 빠져나온 발견한 좀비들이 석우일행을 발견하고 그들을 쫓아 달렸다. 다행히 석우 일행을 기차에 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을 향해 달리던 좀비의 무리들 중 하나가 달리는 기차에 매달렸다. 또한 다른 좀비들이 좀비의 다리를 잡고 잡아 부채꼴로 기차에 매달려 끌려갔다. 이색적이 풍경에 새로운 장면이었다. 기존의 좀비영화와는 또 다른 스피디한 좀비와 긴장감 넘치는 위기감을 더한 액션물아 된 것이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건 의무! 감동했다.
부산행은 좀비 영화가 아니라 약자와 강자가 싸우며 서로 살아남으려고 하는 약육강식의 영화이다. 부산행은 석우가 딸 수안을 지키기 위한 싸움, 상우역을 맡은 마동석이 임산부인 아내를 지키려는 싸움을 그린 영화이다. 아이, 임산부, 힘없는 노숙자가 살아남기 위해 한 팀이 되고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이들을 격리하는 또 다른 사람들과의 생존을 위한 싸움으로 보일 수 있는 영화이다. 좀비라는 외부의 적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함께 힘을 합처서 이들과 싸우지는 않고 서로 오래 살아남으려고 약한 자를 밀어내는 싸움 영화인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이것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어쨌든 부산행 영화는 나에게서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숭고한 희생정신을 잘 나타낸 영화라고 생각한다. 어린 딸을 지키고, 임산부 부인을 지키고, 자기가 좋아하는 연인을 지키는 소종한 사람을 지키는 이야기 이것은 사랑이고 의무이다.
특히 상우가 좀비에게 물린 후 수안을 성경에게 부탁하고 죽어가는 과정이 압권이다. 희미해져 가는 기억 속에서 수안이 어릴 적 일 때를 회상하고 눈물짓는 모습은 전 세계인에게 아버지의 사랑이 무엇인가 가슴깊이 각인시켰다. 이 장면을 보고 울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것은 장르를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부산행은 새로운 좀비를 탄생시키다.
좀비물이 처음으로 등장했을 때 우리가 보아 왔던 좀비들은 느릿느릿 걸어 다니는 괴물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월드워 Z에서부터 좀비들이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부산행에서는 좀비들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이것은 마치 100미터 스프린터를 보는 것처럼 긴박감을 느끼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전염력이 엄청나게 강하여 순식간에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감염시켜 버린다. 대전역을 지키는 군인 무리들이 전부 좀비가 되어 한데 엉켜 기차역 창문을 깨어버리는 상황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엄청난 위기감을 느끼게 하였다. 기차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 442킬로미터를 가는 동안 한순간도 쉴 수가 없었다. 우리는 밤에만 움직이는 좀비에서 소리에 반응하는 좀비, 그리고 낮에도 활동하는 좀비,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좀비까지 좀비 영화가 점점 저 빠르고 거칠고 활발해지고 있는 모습을 영화에서 볼 수 있었다.
이러다가는 앞으로 생각하는 좀비가 출현하지 않을까? 좀비가 생각하고 살아서 움직이면 사람과 다른 것이 무엇일까? 그것도 인간에 비하여 엄청나게 우월해지는 모습으로 출현하면 진짜로 인간의 생존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여튼 영화 부산행은 한국형 좀비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